[toyo21] 전후관계일까 인과관계일까(2009.07.21)
전후관계일까 인과관계일까(2009.07.21)
D제약사 리베이트 문제와 스마트 프로젝트 과제 선정 과정
오비이락.
전후관계는 분명한데 인과관계는 분명치 않은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변명할 때 인용되는 사자성어다. 그러나 둘 사이에 과연 연관이 없을까? 그것은 당사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모호한 전후관계가 인과관계로 의심받는 일들은 자연계보다는 인간 세계에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사건 중에도 이와 같이 모호한 전후관계를 가진 것이 있다. 바로 제약사 리베이트 문제와 지식경제부 신성장동력 스마트프로젝트 지원과제 선정이다.
공공연한 비밀, 제약사 리베이트
대기업 계열 제약사가
TV통해 ‘리베이트’로 유명세 타
리베이트라는 문제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또 해결방안이 모호한 편이다. 리베이트 문제는 주로 경쟁이 치열한 전문 분야 시장에서 생기는 문제다. 시장이다 보니 경쟁을 막을 수 없고 전문적인 분야이다 보니 중간에서 시장을 좌우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틈을 비집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리베이트다.
제약사 리베이트의 문제도 그래서 복잡하다. 또 ‘역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뿌리 깊은 문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토로한 “이 문제는 제약사와 의사의 관계가 성립했을 당시부터의 일일 것”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런데 이 업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리베이트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한다. 관련 뉴스만 검색을 해 봐도 펼쳐지는 기사가 끝도 없고, 혐의를 가진 제약사들도 대기업 계열 제약사는 물론이고 10대 제약사들과 심지어 제약협회 회장사 역시 이 문제를 비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문제가 그 당시에 그렇게 불거져야만 했을까?
시점의 문제를 푸는 중요한 한 가지 단서는 이를 다룬 매체가 TV방송이라는 사실이다. 의약 관련 전문지도 신문업계에서는 거의 포화상태라고 할 정도로 많다. 그리고 중앙 일간지들도 관련 기자들을 적어도 한 명 이상씩은 두고 있다. 때문에 이 문제는 지상으로 지속적으로 보도됐고, 이와 관련된 뉴스는 거의 낙종(落種)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큰 TV에서 방송됐다는 사실이 이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이 제약사가 국내 유수의 그룹 제약사라는 점이다. 국내 제약업계에 대기업의 진출이 최근 늘어나면서 이들이 제약업계에 어떠한 역할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돼 왔다. 그러나 이 사건과 후속으로 보도된 K그룹 계열의 제약사 리베이트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존 제약사들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정리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제기된 정황상의 특이성도 이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는 데 한 몫을 했다. 문제의 제약사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한 제보자가 이 문제를 제보하고 관련된 여러 가지의 증거 문건을 넘겼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덕분에’ 사건이 난 이후 국내 10대 제약사 사장단은 긴급 회동을 거쳐 영업사원 상호 신고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경부 스마트 프로젝트에
모 그룹 계열 석유화학-제약사 컨소시엄 참여
그런데 바로 이러한 상황 가운데, 지난 7일 지식경제부에서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26개 지원과제가 확정돼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유도, 위기 이후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추경예산으로 각 과제당 연간 3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이 지원되는 대형 사업이다.
이 사업에 공교롭게도 문제의 제약사가 동일그룹계열의 석유화학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 요청을 위한 과제를 제출했다. 당시 이들이 제출한 과제는 류마티스 관절염 및 유방암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종 선정된 과제 중 셀트리온 컨소시엄이 제시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와 유사한 과제다.
이 그룹계열의 석유화학은 바이오 관련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류마티스 및 관절염 치료제인 HD203의 임상테스트가 완료되는 2012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유방암 치료제인 HD201은 2013년부터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산하의 바이오센터는 2006년말부터 항체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는 바이오 시밀러와 신약항체 개발에 성공해 임상테스트만 남겨둔 상태다.
계속된 보도, 그리고 그 이후
‘해당제약사=리베이트’ 공식 성립
그런 상황에 언론에서는 7월 1일을 전후로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의 바이오 제약 분야 지원과제는 △삼성전자-이수앱지스 △해당그룹 석유화학-제약사, △LG생명과학 △셀트리온-마크로젠 컨소시엄 등 4개 업체군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선정될 경우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전제조건도 제시한 상황이었다.
이 보도는 당시 약 2주 전후로 증권가에서는 어느 정도 유력한 설로 통하고 있었고, 해당 제약사의 리베이트 문제는 6월 29일에 방송된 사안으로 이 시점은 지식경제부의 과제 선정 발표가 당시로서는 약 10일 남은 시점이었다.
6월 29일 방송이 나간 이후 보도의 초점은 이니셜로 거론된 기업이 어디인가에 맞춰진다. 언론과 시청자들은 회사의 CI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회사의 윤곽을 잡아나갔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리베이트 근절 대책 및 제약계의 반응과 함께 해당 제약사의 리베이트 문제는 지속적으로 약 일주일간 거론된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7월 8일 예정됐던 지경부의 과제 선정 발표는 하루가 앞당겨진 7일에 발표됐고 바이오제약 관련 과제에 선정된 기업은 앞서 거론된 4개의 컨소시엄에서 해당 그룹 컨소시엄이 빠지고 한올제약-HPI 컨소시엄이 들어갔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해당 그룹 컨소시엄의 관계자가 “우리 그룹 제약사의 리베이트 문제가 이번 선정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도 “당시 그런 보도를 접한 적은 있지만 복지부가 지경부의 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지경부가 이를 무시하고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해당 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한 석유화학회사의 관계자조차도 “이 문제는 언론이 우리를 유력하다고 보도하고 언론이 리베이트 문제와 연관지은 문제라 우리로서도 뭐라고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 커지는 데 영향 미친
배후 조종자는 누구?
그렇다면 누가 이 문제의 공론화를 주도했을까? 다시 말해 누가 리베이트 문제 공개에 관여해 정부의 의약품 연구개발 활성화 지원 정책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것일까? 물론 두 가지의 가능성은 있다. 한 가지는 이 문제는 단순한 전후 관계로 어느 누구도 무슨 영향도 주지 않으려 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를 배제하고 들어간다면 사건은 조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해당 제약사는 관련 의혹을 일단 부인했으며, 내부고발자로 방송에 제보한 사람이 과연 전직 직원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으로 봐서도 리베이트 사건이 이 사업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스마트프로젝트는 지원분야에 적합한 수요를 모두 신청할 수 있는 자유공모 사업으로 과제당 정부로부터 30억원에서 172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개발 기간은 1년으로 제한돼 있다. 대부분의 자유공모 사업처럼 이 사업도 기준총액이 고정돼 있다. 지원 대상이 많아지면 총액에서 ‘나눠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출연액수가 지정공고방식의 일반적인 산업기술개발사업보다 월등히 커 연구개발 사업으로는 매력도가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모든 기업이 이 문제의 공론화를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
가장 먼저 삼성전자컨소시엄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증권가나 일반인들이 관련 사업 참여를 모두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로 생소한 기업이다. 물론 이 컨소시엄을 선정하는 데 장점은 있다. 사업 선정이 전제된 삼성전자의 관련 분야 투자 규모 약 3000억원이다. 이는 정부의 의도와 딱 들어맞는 언급이었다. 또 삼성전자 이외에 이수앱지스, 프로셀제약, 제넥신 등은 이 분야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해당 그룹 컨소시엄이 함께 바이오제약과제에 선정된다면 삼성전자컨소시엄이 가지고 갈 수 있는 돈의 액수는 그만큼 적어져 이들을 견제했을 가능성은 있다.
셀트리온컨소시엄에는 마크로젠, 에이피테크놀로지 등이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문제의 그룹 컨소시엄과 가장 유사한 연구과제를 낸 곳이다. 이들의 과제는 유방암 치료 항체 바이오복제약(허셉틴바이오시밀러)상업화로, 당초 해당 그룹 컨소시엄은 유방암과 관절염 치료 관련 바이오복제약을 과제로 제출했었다. 양자는 연구과제가 유사해 상호 견제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컨소시엄에는 정부출연금 70억원과 민간출연금 23억5000만원 등 총 93억 5000만원이 지원된다.
엘지생명과학의 경우는 총 80억원이, 한올제약과 HPI가 참여한 한올제약컨소시엄의 경우는 총 53억 5000만원이 지원되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없다. 단지 제약업계에서는 한올제약 컨소시엄이 과제에 선정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물론 신약 개발을 위해 미국에 진출하고 있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올제약인터내셔날이 미국 현지법인이라는 점이 합격점을 받는 데 다소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돌고 있는 상황이다. 막판에 큰 가능성에 대한 기대없이 들어온 ‘선수’라는 점이 해당 그룹 컨소시엄과의 대척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당사자들은 이러한 일체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과제 제출에 참여한 한 회사의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두 가지의 다른 사안을 연관지어 생각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투자비 면면을 살펴보면 그러한 의혹이 의혹일 수는 있지만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에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강희 기자 insate@gmail.com
D제약사 리베이트 문제와 스마트 프로젝트 과제 선정 과정
오비이락.
전후관계는 분명한데 인과관계는 분명치 않은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변명할 때 인용되는 사자성어다. 그러나 둘 사이에 과연 연관이 없을까? 그것은 당사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모호한 전후관계가 인과관계로 의심받는 일들은 자연계보다는 인간 세계에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사건 중에도 이와 같이 모호한 전후관계를 가진 것이 있다. 바로 제약사 리베이트 문제와 지식경제부 신성장동력 스마트프로젝트 지원과제 선정이다.
공공연한 비밀, 제약사 리베이트
대기업 계열 제약사가
TV통해 ‘리베이트’로 유명세 타
리베이트라는 문제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또 해결방안이 모호한 편이다. 리베이트 문제는 주로 경쟁이 치열한 전문 분야 시장에서 생기는 문제다. 시장이다 보니 경쟁을 막을 수 없고 전문적인 분야이다 보니 중간에서 시장을 좌우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틈을 비집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리베이트다.
제약사 리베이트의 문제도 그래서 복잡하다. 또 ‘역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뿌리 깊은 문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토로한 “이 문제는 제약사와 의사의 관계가 성립했을 당시부터의 일일 것”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런데 이 업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리베이트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한다. 관련 뉴스만 검색을 해 봐도 펼쳐지는 기사가 끝도 없고, 혐의를 가진 제약사들도 대기업 계열 제약사는 물론이고 10대 제약사들과 심지어 제약협회 회장사 역시 이 문제를 비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문제가 그 당시에 그렇게 불거져야만 했을까?
시점의 문제를 푸는 중요한 한 가지 단서는 이를 다룬 매체가 TV방송이라는 사실이다. 의약 관련 전문지도 신문업계에서는 거의 포화상태라고 할 정도로 많다. 그리고 중앙 일간지들도 관련 기자들을 적어도 한 명 이상씩은 두고 있다. 때문에 이 문제는 지상으로 지속적으로 보도됐고, 이와 관련된 뉴스는 거의 낙종(落種)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큰 TV에서 방송됐다는 사실이 이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이 제약사가 국내 유수의 그룹 제약사라는 점이다. 국내 제약업계에 대기업의 진출이 최근 늘어나면서 이들이 제약업계에 어떠한 역할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돼 왔다. 그러나 이 사건과 후속으로 보도된 K그룹 계열의 제약사 리베이트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존 제약사들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정리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제기된 정황상의 특이성도 이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는 데 한 몫을 했다. 문제의 제약사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한 제보자가 이 문제를 제보하고 관련된 여러 가지의 증거 문건을 넘겼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덕분에’ 사건이 난 이후 국내 10대 제약사 사장단은 긴급 회동을 거쳐 영업사원 상호 신고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경부 스마트 프로젝트에
모 그룹 계열 석유화학-제약사 컨소시엄 참여
그런데 바로 이러한 상황 가운데, 지난 7일 지식경제부에서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26개 지원과제가 확정돼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유도, 위기 이후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추경예산으로 각 과제당 연간 3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이 지원되는 대형 사업이다.
이 사업에 공교롭게도 문제의 제약사가 동일그룹계열의 석유화학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 요청을 위한 과제를 제출했다. 당시 이들이 제출한 과제는 류마티스 관절염 및 유방암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종 선정된 과제 중 셀트리온 컨소시엄이 제시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와 유사한 과제다.
이 그룹계열의 석유화학은 바이오 관련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류마티스 및 관절염 치료제인 HD203의 임상테스트가 완료되는 2012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유방암 치료제인 HD201은 2013년부터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산하의 바이오센터는 2006년말부터 항체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는 바이오 시밀러와 신약항체 개발에 성공해 임상테스트만 남겨둔 상태다.
계속된 보도, 그리고 그 이후
‘해당제약사=리베이트’ 공식 성립
그런 상황에 언론에서는 7월 1일을 전후로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의 바이오 제약 분야 지원과제는 △삼성전자-이수앱지스 △해당그룹 석유화학-제약사, △LG생명과학 △셀트리온-마크로젠 컨소시엄 등 4개 업체군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선정될 경우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전제조건도 제시한 상황이었다.
이 보도는 당시 약 2주 전후로 증권가에서는 어느 정도 유력한 설로 통하고 있었고, 해당 제약사의 리베이트 문제는 6월 29일에 방송된 사안으로 이 시점은 지식경제부의 과제 선정 발표가 당시로서는 약 10일 남은 시점이었다.
6월 29일 방송이 나간 이후 보도의 초점은 이니셜로 거론된 기업이 어디인가에 맞춰진다. 언론과 시청자들은 회사의 CI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회사의 윤곽을 잡아나갔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리베이트 근절 대책 및 제약계의 반응과 함께 해당 제약사의 리베이트 문제는 지속적으로 약 일주일간 거론된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7월 8일 예정됐던 지경부의 과제 선정 발표는 하루가 앞당겨진 7일에 발표됐고 바이오제약 관련 과제에 선정된 기업은 앞서 거론된 4개의 컨소시엄에서 해당 그룹 컨소시엄이 빠지고 한올제약-HPI 컨소시엄이 들어갔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해당 그룹 컨소시엄의 관계자가 “우리 그룹 제약사의 리베이트 문제가 이번 선정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도 “당시 그런 보도를 접한 적은 있지만 복지부가 지경부의 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지경부가 이를 무시하고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해당 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한 석유화학회사의 관계자조차도 “이 문제는 언론이 우리를 유력하다고 보도하고 언론이 리베이트 문제와 연관지은 문제라 우리로서도 뭐라고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 커지는 데 영향 미친
배후 조종자는 누구?
그렇다면 누가 이 문제의 공론화를 주도했을까? 다시 말해 누가 리베이트 문제 공개에 관여해 정부의 의약품 연구개발 활성화 지원 정책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것일까? 물론 두 가지의 가능성은 있다. 한 가지는 이 문제는 단순한 전후 관계로 어느 누구도 무슨 영향도 주지 않으려 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를 배제하고 들어간다면 사건은 조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해당 제약사는 관련 의혹을 일단 부인했으며, 내부고발자로 방송에 제보한 사람이 과연 전직 직원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으로 봐서도 리베이트 사건이 이 사업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스마트프로젝트는 지원분야에 적합한 수요를 모두 신청할 수 있는 자유공모 사업으로 과제당 정부로부터 30억원에서 172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개발 기간은 1년으로 제한돼 있다. 대부분의 자유공모 사업처럼 이 사업도 기준총액이 고정돼 있다. 지원 대상이 많아지면 총액에서 ‘나눠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출연액수가 지정공고방식의 일반적인 산업기술개발사업보다 월등히 커 연구개발 사업으로는 매력도가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모든 기업이 이 문제의 공론화를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
가장 먼저 삼성전자컨소시엄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증권가나 일반인들이 관련 사업 참여를 모두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로 생소한 기업이다. 물론 이 컨소시엄을 선정하는 데 장점은 있다. 사업 선정이 전제된 삼성전자의 관련 분야 투자 규모 약 3000억원이다. 이는 정부의 의도와 딱 들어맞는 언급이었다. 또 삼성전자 이외에 이수앱지스, 프로셀제약, 제넥신 등은 이 분야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해당 그룹 컨소시엄이 함께 바이오제약과제에 선정된다면 삼성전자컨소시엄이 가지고 갈 수 있는 돈의 액수는 그만큼 적어져 이들을 견제했을 가능성은 있다.
셀트리온컨소시엄에는 마크로젠, 에이피테크놀로지 등이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문제의 그룹 컨소시엄과 가장 유사한 연구과제를 낸 곳이다. 이들의 과제는 유방암 치료 항체 바이오복제약(허셉틴바이오시밀러)상업화로, 당초 해당 그룹 컨소시엄은 유방암과 관절염 치료 관련 바이오복제약을 과제로 제출했었다. 양자는 연구과제가 유사해 상호 견제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컨소시엄에는 정부출연금 70억원과 민간출연금 23억5000만원 등 총 93억 5000만원이 지원된다.
엘지생명과학의 경우는 총 80억원이, 한올제약과 HPI가 참여한 한올제약컨소시엄의 경우는 총 53억 5000만원이 지원되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없다. 단지 제약업계에서는 한올제약 컨소시엄이 과제에 선정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물론 신약 개발을 위해 미국에 진출하고 있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올제약인터내셔날이 미국 현지법인이라는 점이 합격점을 받는 데 다소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돌고 있는 상황이다. 막판에 큰 가능성에 대한 기대없이 들어온 ‘선수’라는 점이 해당 그룹 컨소시엄과의 대척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당사자들은 이러한 일체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과제 제출에 참여한 한 회사의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두 가지의 다른 사안을 연관지어 생각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투자비 면면을 살펴보면 그러한 의혹이 의혹일 수는 있지만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에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강희 기자 insa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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