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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매일신문 2010-03-24] “생명보험회사 상장, 과제와 전망”

“생명보험회사 상장, 과제와 전망”




최근 생명보험회사들의 상장 일정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미 생명보험사로서는 1호 상장사로 동양생명이 지난해 상장을 마쳤고, 2호 상장사이자 대형 3사 최초로 대한생명이 상장됐다.



그리고 올 5월 상장이 예상되는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통틀어 상장사로서는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이들은 모두 올해 내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빠르면 상반기 내에도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상장이라는 주제는 사실 역사가 매우 깊다. 손해보험업계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상장을 시작해 거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상장을 마친 상태지만 생명보험사들은 배당 상품, 상호회사 논란 등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상장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보험매일은 이와 같은 생명보험사 상장의 현재 실태와 앞으로의 전망을 함께 진단해 보고자 한다. 특히 생명보험사 상장과 아울러 불거져 나오고 있는 배당상품 가입자의 이익 배당 문제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출연 내역 문제 등 파생된 현안에 대해서도 짚어보고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조강희 기자 insate@gmail.com



-싣는 순서-

1. 상장 1호 생보사, 동양생명 상장의 과정-평가와 한계

2. 기업 공개의 발목 - 배당상품과 사회공헌 재단

3. 비상장 장외거래, 신뢰성 있는 가격 형성의 걸림돌

4. 동양-대한-삼성, 그리고 그 이후

(박스) 생보사 상장 논의의 20년 역사





1. 상장 1호 생보사, 동양생명 상장의 과정-평가와 한계



2009년 10월 8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생명보험회사의 첫 상장이 있던 날이다.

주인공은 동양생명. 추진과 준비는 오래 해 왔지만, 대형 3사를 제치고 처음으로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따냈다는 점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동양생명의 생보사 최초 상장을 의외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2007년 생보사 상장안의 최종안이 승인되기 직전인 2006년에는 상장일정을 아예 배당과 자산재평가 등을 기준으로 하자는 제안까지 나와, 배당이나 자산재평가 등의 문제가 거의 없는 금호생명과 동양생명, 동부생명 등이 유력한 상장 1호 후보로 거론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양생명은 2007년 4월 상장 규정 개정안이 승인된 직후인 2007년 11월부터 상장 준비팀을 꾸려 상장 준비를 해 왔으며, 2008년 2월에는 상장 주관사 선정 및 임시 주주총회 등 일정을 소화해 냈다. 동양생명은 이 일정 이후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해 8월 이를 통과했으나 때마침 찾아온 국내외의 금융위기 때문에 예심 통과를 철회했다.



이후 동양생명은 약 10개월 뒤인 지난해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다시 제출했고 한국거래소는 7월 예비심사를 다시 통과했다.



상장 주관사는 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구 굿모닝신한증권)으로 정해져, 임시주주총회, 유가증권 신고서 제출 등을 거쳐 그 해 10월 상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단 상장은 된 상태였지만, 동양생명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상장 첫 사례로 기록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되겠지만, 현재까지도 공모가 17000원을 한 번도 넘긴 적이 없는 동양생명의 주가는 ‘1호’의 대가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것이었다.



사실 동양생명의 공모가는 주관사들과 동양생명 측이 산정한 상장가 구간에서 가장 낮은 금액이었다. 최고금액은 22000원. 특히 22000원으로 정해졌을 경우 내재가치(EV)에 적용된 배수는 손보 1위인 삼성화재 수준이어서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고, 이보다 조금 적은 수준인 17000원으로 낙착을 본 것이다.



상장 당시 한 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경우, 상장 1호라는 점과 세계 경제 위기를 넘긴 직후에 상장된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해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공모가 기대 수준이 높다”고 말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후 기대만큼 공모액이 모이지 않고, 주가도 장외에서 거래될 때 예상됐던 것보다 다소 낮게 조정받는 등 동양생명은 주식시장에서는 최근까지 매우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러던 동양생명은 최근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의 잇따른 상장 소식에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특정 테마를 정해 놓고 투자를 하는 이들이 동양을 팔고, 삼성이나 대한을 사지 말라는 법도 없어 이에 대한 방어심리도 형성된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 상장주로) 제대로 된 테마가 형성되면, 이들 대형사 덕분에 현재보다는 조금 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공모가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라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동양생명의 상장과 더불어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준비해 오거나, 이미 그 이전부터 상장을 준비해 왔던 생명보험사들이 동양생명의 상장을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력한 상장 2호 후보로는 현재 실제로 상장 2호가 된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등이 꼽혀 왔다.





2. 기업 공개의 발목 - 배당상품과 사회공헌 재단



최근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보험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생명보험사의 성격에 대해 보험사들은 ‘주식회사’로 이미 결론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2007년 1월에 생명보험사 상장 자문위원회가 활동을 마치면서 발표한 최종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 자문위원회는 “생명보험사는 주식회사이고, 따라서 상장에 걸림돌은 없으며, 기존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배당은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자산할당 모형으로 검증했을 때 이미 충분히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과거 계약자에 대한 배당 이외에도 상장 후의 배당에 관해서도 내부유보액을 상장 때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물리치고, 투자수익 배분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배당 상품의 성격, 그리고 초창기 회사들의 경영 사정 등을 고려해 볼 때 배당 상품과 이를 통한 증자는 가입자들을 주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상호회사로 볼 만한 사정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사들은 “(생명)보험사는 이미 주식회사로 상장자문위원회에서 결론을 지어서 이제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은 사별로 달리 적용될 수 있는 개별 생명보험사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배당 상품을 많이 팔아 자금 동원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상품을 개발해 현재에 이른 회사들의 경우는 상호회사 논란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초창기에 그룹이나 상위회사들의 필요에 의해 출자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위치에 이르게 된 생명보험사들은 상호회사 논란에서 비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03년 당시에 꾸려진 상장자문위원회까지는 보험회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완충 장치 마련을 모색했던 바 있다. 특히 역사가 오래 된 생보사들의 경우는 1990년대초까지 100% 유배당 상품만을 판매해 왔으며, 최근까지도 이를 무배당 신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마케팅에 매진해 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상장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하나의 ‘당근’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바로 생보사회공헌재단이다. 결론부터 짓자면 계약자에게 나눠 줄 차익을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익이 생기면 사회공헌기금으로 내자는 것이 이 재단이 생긴 취지다.



재단 설립은 부수적으로는 상장 대상이 되는 비상장 생명보험주식회사 법인의 성격을 일원화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앞에 설명한 바처럼 초창기 판매 상품 포트폴리오 등 상장 차익과 회사 성장이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는 회사를 가려 상장을 시키는 ‘이원화 상장론’도 나온 바 있으나, 이보다는 생명보험사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상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재단의 설립은 만 2년을 훌쩍 넘겼지만, 이를 통해 상장 차익을 둘러싼 모든 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배당금은 유효하다며 이를 돌려달라는 주장은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사회사업에 출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또 당장 사회공헌재단으로 출연하는 재원도 수입 지출 내역 공개가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되는 것도 문제다.



상장 차익 문제의 법적인 판가름을 위해 보험소비자연맹은 얼마 전 삼성생명 계약자들과 함께 원고단을 구성해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소연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원회는 “삼성생명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회사 성장 발전 및 이익 형성에 기여한 계약자에게 한 푼의 배당 없이 삼성 이건희 재벌가가 30조 이익 전부를 독식하려 한다”며, 유배당 계약자들의 미지급 배당금을 찾기 위해 지난 2월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자 2,802명이 상장전에 배당금조로 10조원을 지급하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상장으로 일단락되는 줄 알았던 생명보험사의 상품 배당금과 상호회사 논쟁이 회의장을 넘고 시장을 넘어 다시 한 번 법정에서 재연될 예정인 것이다.





3. 비상장 장외거래, 신뢰성 있는 가격 형성의 걸림돌



생명보험사의 상장은 전체적으로 업계에 긍정적인 기능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이를 둘러싼 논의의 과정은 그리 바람직스럽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의 상장의 물꼬를 직접적으로 트는 분기점을 만든 사건은 삼성차 채권자들에게 삼성 측이 삼성생명 주식을 준 것”이라며 “한 기업의 경영자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생긴 부채를 비상장주로 주고 이를 환금하기 위해 채권자들이 상장을 요구해 모든 과정이 급물살을 탔다는 점이 씁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진 초창기부터 지나치게 근시안적으로 접근해 여러 가지 도출될 수 있는 문제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추진 과정 자체가 20년이나 끌면서 지지부진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장은 상장하려는 기업이 건실한 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보자는 의도로 행하는 상행위”라며 “그러나 생명보험회사 상장의 경우는 배당상품과 상호회사에 대한 정리가 전혀 돼 있지 않아 처음부터 제대로 된 준비가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와 더불어 상장의 투명성을 해치는 문제가 바로 ‘상장 이전의 거래’인 장외주 거래다. 장외주 시장은 주식시장이 코스피와 코스닥으로 이원화되면서 거래가 점차 생기기 시작했고 ‘벤처 붐’을 계기로 활성화됐다. 그러나 가격형성과 등락이 투명하다고 보기 어려워 문제가 된다는 판단하에 증권업협회에서 이와 관련된 호가와 수익률 등을 공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외주의 경우는 실제로 외부 유출돼 거래되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장외주 거래가 생명보험사에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시중에 나돌 수 있는 주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5월 상장을 앞두고 최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의 경우 공모주식수가 2000만주이고, 액면분할을 해야 2억주가 되는 것인데, 친척과 과거 관계 임직원을 제외하고 제3자 개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경우가 약 20만주에 불과해 생각보다 활발하게 거래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생명이나 동양생명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발행 주식 절대량은 작다고 볼 수 없지만 그 대부분은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주식들이라서 등락은 내재가치에 의한 실제적인 가치의 변동이 있을 뿐이지 가격등락에 영향을 줄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지만 인터넷에 넓게 퍼져 있는 장외주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 카페 등 인터넷에는 생명보험사 장외주와 관련된 소식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 주식 뿐만이 아니라 시중의 모든 주식회사에 대한 뉴스와 각종 소문들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에 이 장외주사이트들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투자대비 효율이 상대적으로 좋은 종목이 많은 장외주 시장으로 투자자들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평가와 아울러 제기되는 문제점은 따로 있다. 바로 지나치게 과도하게 오르거나 내릴 수 있는 거래가격의 변동성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보험회사 뿐만 아니라 상장 소문이 현실화된 몇몇 회사의 주식은 장외에서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나 상장 후 크게 오른 경우가 있는가하면, 장외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막상 주식시장에서는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실제적인 거래를 즉각즉각 반영해 가격 정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거짓 정보의 문제까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장외주 자체의 성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 거의 ‘암시장’의 성격과 유사하다 보니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실제 거래가 많이 되고 있는 종목이면 지나치게 가격이 오르거나, 반대로 거래가 적게 되고 있는 종목이면 지나치게 가격이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장외거래의 거래시스템이 아무리 공시된다고 하더라도 개인들끼리 명의 변경도 하지 않은 채 거래되는 음성 거래까지 모두 다 잡아낼 수는 없고, 통정거래나 ‘묻지마’ 매수도와 같은 부적절한 거래도 여전히 많아 가격의 기준은 결국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 평가에 무게를 두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 생보사의 관계자는 “어차피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사이트들이라도 공신력을 얻기는 어렵다”며 “상장을 포함한 경영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장외주 관련 사이트에서 ‘거래종목 목록’에서 내리고 관련된 글도 전부 다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4. 동양-대한-삼성, 그리고 그 이후



생보사 상장은 이미 삼성생명의 상장일정이 거의 확정되면서 초기의 거의 모든 과정이 종료됐다고 보는 분위기가 짙다.



동양생명의 상장은 생명보험사 상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대한생명은 대형사 최초로 상장을 실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생명은 국내 초대형 보험사의 상장으로 기록될 일정을 5월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형사로서는 교보생명과 여타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인데, 현재까지는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의 경우는 상장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눈치다.



외국계 회사의 경우, 외국 본사와 그룹의 경영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서 상장과 관련된 사항들도 당연히 그들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형사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는 현재 상장이 되더라도 과연 어느 정도의 공모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생명이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해 1조 7천억이라는 거금을 끌어들였고, 삼성생명은 약 4조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이는데 규모면에서 장점이 없는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상장 일정을 서두른다고 해서 무슨 이득을 볼 것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생명의 경우도 삼성생명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발빠르게 대처해 3월 상장이 가능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의 의견대로라면 삼성생명의 상장 이후 어느 정도까지는 생명보험사의 상장은 잠시 소강기를 맞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력한 2호 상장 주자로 거론됐던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상장 일정은 무리하게 앞세우지 않겠다는 언급을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상당히 긴 기간이 될 수 있는 소강 기간을 활용해 실질적인 상장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상장된 회사들도 상장 이후에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회사와 투자자가 진정한 동반자로 함께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생명보험업계에서 상장사가 하나의 이슈메이커로 등장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 상장될 생명보험사들은 기존 상장사들이 드러낸 과정상의 문제점을 모두 다 불식시키면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을 만들어 상장을 해야만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생보사 상장은 공시의무 강화와 자본확충 등 효과면에서 보험산업의 신뢰성 확보에는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 공개로 보험계약자들도 사업비 사용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길이 열리고 감독당국으로서도 더욱 정확한 조사 및 검사가 가능해진다.



자본이 확충되면 세계적인 명성이 그만큼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상장의 장점이 될 수 있다. 해외투자를 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다는 점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해외로 발을 돌린다는 보험업계의 전략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이어서 보험업계로서는 더욱 이득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생보사 상장 논의의 20년 역사


1989년 교보생명 자산재평가 이래 20년만에 동양생명 상장



생명보험사의 상장 논의가 처음 시작된 기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기업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중심으로 파악했을 때에는 1989년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해 4월 교보생명은 기업공개를 전제로 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했으며, 10개월여가 지난 1990년 2월에는 최근 상장을 발표한 삼성생명 역시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



이에 발맞춰 재무부는 ‘생명보험사의 잉여금 및 재평가 적립금 처리지침’을 제정하고 재평가 적립금 처분과 자본금 증액을 승인하는 등 상장일정은 순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해 12월 생명보험사의 상장은 벽에 부딪힌다. 당시 보험사 관리 주무부처였던 재무부가 생명보험사들의 기업공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보류’의 형식을 띠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는 ‘불허’와 동일한 효과를 냈다. 논의는 계속됐지만, 유보결정도 계속됐고, 교보생명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시점으로부터 만 20년만에 동양생명이 생명보험사로서는 최초로 상장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논의 과정에서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증시침체와 이로 인한 물량부담이 이유였던 첫 보류 결정 이후 9년만인 1999년 당시 금융감독위 위원장이던 이헌재 전 장관은 생명보험사 상장허용 검토를 7월 발표한다. 그해 8월에는 금융연구원과 보험학회가 생보사 상장 관련 1차 공청회 세미나를 열고 여기에서 나온 논의를 바탕으로 9월에는 생명보험사 상장자문위원회가 구성된다. 12월에는 2차 공청회 세미나가 열려 상장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2000년 8월 금감위원장 명의로 법과 원칙에 따른 재검토를 지시했고, 12월에는 상장 논의를 2차로 유보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실질적인 물꼬를 다시 튼 것이 바로 삼성자동차와 삼성생명이다. 1999년 법정관리가 시작된 삼성자동차는 채권자들의 손실을 삼성생명의 주식으로 대체해 지급했다. 우리, 산업, 외환, 신한, 씨티 등 채권은행들은 2002년 12월 대체 지급된 주식의 환금을 위해 생명보험사 상장의 기준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하기에 이른다.



이에 호응해 금감위는 생보사 상장안을 마련하고 4년 만에 상장자문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는 등 속도를 내는 듯 했으나 2003년 10월에는 상장 논의가 다시 유보된다.



국세청은 2004년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에 대해 재평가 차익 법인세와 가산세 등을 부과했으나 2005년 이 건들이 국세심판원에서 모두 환급결정 나면서 상장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6년 구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산하에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세 번째로 구성되고, 그해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상장은 다시 추진된다.



2007년 1월에는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유가증권 상장 규정 개정 최종안을 발표하고, 금감위는 그해 4월 개정안을 승인해 상장은 실질적으로 물꼬를 트게 됐다. 그러나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세계적 경제 위기의 전조와 이에 따른 개별 생보사들의 사정 때문에 생명보험사의 상장은 원활하게 추진되지는 못했다. 기업을 공개해도 투자자금을 모으는 데 애를 먹을 것이란 판단 때문에 상장을 추진하던 생명보험사들은 2009년 10월 생보사 1호로 동양생명이 상장하기까지 약 2년간을 기다려야 했다.
조강희 기자 insa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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