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o21] 이건희 없는 삼성의 1년, 무엇 잃고 무엇 얻었나?
이건희 없는 삼성의 1년, 무엇 잃고 무엇 얻었나?
‘경영권 승계가 장남으로 이어질 거라는 편견은 버려’
사장단협의회 체제의 독립경영 이면에는 오너 ‘향수’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3인 3색 3세 행보 주목
지난해 4월, 삼성은 그룹 70년 역사상 없었던 그야말로 ‘구조혁신을 단행한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 강력한 중심 조정기구였던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사장도 물러났다. 사장단 협의회가 전략기획실 기능을 일부 대체하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은 퇴진했다.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이 자율ㆍ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로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사장단 협의회 체제 본격 가동
새로운 실험에 반신반의
‘강점 모두 잃는 것 아니냐’ 우려도
사장단협의회 체제가 현실화된 것은 그 이후 약 2개월여가 지난 7월 1일.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도 생겼다. 당시 삼성의 이러한 실험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상당했다. 특히 당시 삼성의 장점으로 꼽혔던 ‘창조경영’, ‘시스템경영’, ‘스피드경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 덩치 큰 ‘실세’ 계열사 위주 쏠림 현상이나 ‘정보·자원의 공유’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후 1년. 2008년 7월 1일 삼성그룹이 독립 경영 실험을 실시한 지 1일로 딱 1년이 됐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류지만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보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긍정론은 우선 숫자로 드러나는 실적에 초점이 있다.
부정적인 예상에도 불구하고 1분기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뤄낸 것은 대단한 성공이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계절적 비수기를 극복해 74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보다 이익이 무려 1조2100억원 증가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노력이나 새로운 시장을 향한 도전도 대체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건희 ‘향수’ 대체할 카드 있나?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경영 3세 행보에 관심 집중
물론 오너 경영을 향한 ‘향수’도 여전하다. 그러나 현재 이건희 회장의 복귀는 국민적 여론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등 경영 3세들의 행보에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본격적으로 그룹 내 입지 다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이건희 외아들이라는 강점 있지만 실적 적어 해외행보 열심
이재용 전무는 이 전 회장의 외아들이다. 그 점으로만 봐도 이건희 ‘향수’를 대체할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에버랜드 편법증여의혹에 대해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지분율에 대한 법적 인정도 받았다. 외형적으로는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
다만 현재 그가 보여 준 경영 능력은 리더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입사 이후 이렇다 할 경영능력을 보여 준 ‘실적’이 없다는 것이 그가 가진 아킬레스건이다. 이재용 전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01년부터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대만-일본-독립국가연합-루마니아 등 해외 행보가 잦아져 본격적으로 그룹 내 입지를 다져가기 시작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 내부정리 마치고 신수종 개발에 힘쓰는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재용 전무와 라인 형성해 줄세우기 시작한다” 소문도
이 틈에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의 부상도 눈에 띈다. 이 전무는 최근 내부 정리를 마치고 신수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07년 삼성석화 지분 131만여 주(33.19%)를 인수한 이 전무는 이재용 전무의 이혼 이후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전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호텔신라와 지분의 8%대를 확보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외식사업을 연계하자, “이부진 전무가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전무는 취임 이듬해인 2002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15%의 매출신장을 계속해 왔다. 이 뿐 아니다. 2005~2006년에는 서울 신라호텔의 영업공간 개편을 주도하며 국내 최고의 고급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면세점 시설 및 상품구성(MD) 개선을 주도하고, 인천공항 면세점 진출도 추진했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으로 발돋움했다. 연초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이 전 회장 자녀로는 유일하게 승진한 것도 바로 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재용 전무와 이부진 전무가 라인을 형성하고 그룹 내에는 이 라인에 따라 본격적으로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소문도 돌았던 적이 있다.
○ “통찰력 뛰어나고 강단 있는 스타일” 평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100억대 브랜드 5년만에 600억대로…기본기 다져 실무에 강하다는 평가 받아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에 쏠린 눈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전국 매장을 돌며 본격적으로 현장 경영을 챙기고 있다. 그는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패션과 디자인 분야에서 기본기를 다진 만큼 실무에도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 이 상무는 신사복 중심이던 패션 부문의 영역을 캐주얼과, 액세서리와 구두로까지 확대했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서현 상무는 2005년 상무보로 승진, 현재 제일모직 패션 부문 기획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사업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 제일모직의 성장을 위한 브레인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패션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이 뛰어나고 강단있는 경영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상무는 2003년엔 여성복 ‘구호(KUHO)’를 인수해, 100억원대의 브랜드를 5년 만에 650억원대로 성장시켰다. 최근엔 ‘구호’의 후속으로 뉴시니어 여성복 ‘르베이지(LEBEIGE)’ 등 신규 브랜드를 출시해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이부진 이서현 카드 경쟁력 강화 따라 바빠지는 이재용 전무
그룹 내부 체제에서 어떤 일 해내느냐가 주도권 석권할 관건
이에 따라 이재용 전무는 점점 바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구도에서 이부진 전무나 이서현 상무의 경영능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이재용 카드를 대체하거나 적어도 이재용 전무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삼성그룹 내의 투톱(two-top)내지 쓰리톱(three-top)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반드시 장남인 이재용 전무에게로 갈 것이란 과거 확신을 버리고 한 발 물러서서 추이를 지켜보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향후 그룹내 주도권 석권에는 그룹 내부 체제에서 과연 각 개인이 해 내는 일의 중요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강희 기자 insate@gmail.com
‘경영권 승계가 장남으로 이어질 거라는 편견은 버려’
사장단협의회 체제의 독립경영 이면에는 오너 ‘향수’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3인 3색 3세 행보 주목
지난해 4월, 삼성은 그룹 70년 역사상 없었던 그야말로 ‘구조혁신을 단행한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 강력한 중심 조정기구였던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사장도 물러났다. 사장단 협의회가 전략기획실 기능을 일부 대체하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은 퇴진했다.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이 자율ㆍ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로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사장단 협의회 체제 본격 가동
새로운 실험에 반신반의
‘강점 모두 잃는 것 아니냐’ 우려도
사장단협의회 체제가 현실화된 것은 그 이후 약 2개월여가 지난 7월 1일.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도 생겼다. 당시 삼성의 이러한 실험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상당했다. 특히 당시 삼성의 장점으로 꼽혔던 ‘창조경영’, ‘시스템경영’, ‘스피드경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 덩치 큰 ‘실세’ 계열사 위주 쏠림 현상이나 ‘정보·자원의 공유’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후 1년. 2008년 7월 1일 삼성그룹이 독립 경영 실험을 실시한 지 1일로 딱 1년이 됐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류지만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보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긍정론은 우선 숫자로 드러나는 실적에 초점이 있다.
부정적인 예상에도 불구하고 1분기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뤄낸 것은 대단한 성공이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계절적 비수기를 극복해 74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보다 이익이 무려 1조2100억원 증가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노력이나 새로운 시장을 향한 도전도 대체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건희 ‘향수’ 대체할 카드 있나?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경영 3세 행보에 관심 집중
물론 오너 경영을 향한 ‘향수’도 여전하다. 그러나 현재 이건희 회장의 복귀는 국민적 여론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등 경영 3세들의 행보에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본격적으로 그룹 내 입지 다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이건희 외아들이라는 강점 있지만 실적 적어 해외행보 열심
이재용 전무는 이 전 회장의 외아들이다. 그 점으로만 봐도 이건희 ‘향수’를 대체할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에버랜드 편법증여의혹에 대해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지분율에 대한 법적 인정도 받았다. 외형적으로는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
다만 현재 그가 보여 준 경영 능력은 리더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입사 이후 이렇다 할 경영능력을 보여 준 ‘실적’이 없다는 것이 그가 가진 아킬레스건이다. 이재용 전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01년부터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대만-일본-독립국가연합-루마니아 등 해외 행보가 잦아져 본격적으로 그룹 내 입지를 다져가기 시작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 내부정리 마치고 신수종 개발에 힘쓰는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재용 전무와 라인 형성해 줄세우기 시작한다” 소문도
이 틈에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의 부상도 눈에 띈다. 이 전무는 최근 내부 정리를 마치고 신수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07년 삼성석화 지분 131만여 주(33.19%)를 인수한 이 전무는 이재용 전무의 이혼 이후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전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호텔신라와 지분의 8%대를 확보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외식사업을 연계하자, “이부진 전무가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전무는 취임 이듬해인 2002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15%의 매출신장을 계속해 왔다. 이 뿐 아니다. 2005~2006년에는 서울 신라호텔의 영업공간 개편을 주도하며 국내 최고의 고급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면세점 시설 및 상품구성(MD) 개선을 주도하고, 인천공항 면세점 진출도 추진했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으로 발돋움했다. 연초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이 전 회장 자녀로는 유일하게 승진한 것도 바로 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재용 전무와 이부진 전무가 라인을 형성하고 그룹 내에는 이 라인에 따라 본격적으로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소문도 돌았던 적이 있다.
○ “통찰력 뛰어나고 강단 있는 스타일” 평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100억대 브랜드 5년만에 600억대로…기본기 다져 실무에 강하다는 평가 받아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에 쏠린 눈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전국 매장을 돌며 본격적으로 현장 경영을 챙기고 있다. 그는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패션과 디자인 분야에서 기본기를 다진 만큼 실무에도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 이 상무는 신사복 중심이던 패션 부문의 영역을 캐주얼과, 액세서리와 구두로까지 확대했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서현 상무는 2005년 상무보로 승진, 현재 제일모직 패션 부문 기획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사업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 제일모직의 성장을 위한 브레인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패션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이 뛰어나고 강단있는 경영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상무는 2003년엔 여성복 ‘구호(KUHO)’를 인수해, 100억원대의 브랜드를 5년 만에 650억원대로 성장시켰다. 최근엔 ‘구호’의 후속으로 뉴시니어 여성복 ‘르베이지(LEBEIGE)’ 등 신규 브랜드를 출시해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이부진 이서현 카드 경쟁력 강화 따라 바빠지는 이재용 전무
그룹 내부 체제에서 어떤 일 해내느냐가 주도권 석권할 관건
이에 따라 이재용 전무는 점점 바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구도에서 이부진 전무나 이서현 상무의 경영능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이재용 카드를 대체하거나 적어도 이재용 전무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삼성그룹 내의 투톱(two-top)내지 쓰리톱(three-top)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반드시 장남인 이재용 전무에게로 갈 것이란 과거 확신을 버리고 한 발 물러서서 추이를 지켜보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향후 그룹내 주도권 석권에는 그룹 내부 체제에서 과연 각 개인이 해 내는 일의 중요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강희 기자 insa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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