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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fins.co.kr] 보험 가입한다고? 등본이랑 가족관계증명서 가져와!

보험 가입한다고? 등본이랑 가족관계증명서 가져와!
금융업계, 16~20세 계약에 적용…강화된 고객확인의무제도는 ‘핑계거리’


2009-09-14

보험 들려면 동사무소부터 다녀와라?

지난해 12월 22일부터 금융업계에는 강화된 고객확인의무제도라는 것이 시행됐다. 이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거래 또는 서비스가 자금세탁 등의 불법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특히 고객확인과 검증절차 마련, 거래목적 확인, 거래자의 실소유자 여부 확인 등이 내용으로 돼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은행, 증권 등은 물론이고 보험사에도 예외없이 적용돼 일부사에서는 이미 시행중이고 최근 9월부터 이와 같은 규정이 적용되는 곳이 많아졌다. 주요 내용은 보험계약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의료보험증 등 청구, 대리인이나 외국인 계약시 고객거래확인서 추가 청구 등이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모 보험사의 문건에 따르면 만약 이러한 서류가 구비되지 않은 경우 계약 인수 자체가 거부될 수 있다. 이들 서류는 대부분 복사돼 수집되며, 복사가 불가능한 경우는 실명확인 증표의 종류와 발행일자, 발행기관 등을 확인해 계약서류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특히 미성년자 중 상법상 거래가 가능한 16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는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와 같이 요구한 서류들이 기재되지 않거나 수집되지 않을 경우 반송돼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고객 확인의무제도 시행이라는 명목 하에 사업자 등록번호나 직장 정보, 금융재산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당국에서는 보험사의 경우 고객확인의무제도는 시행을 권고하고는 있지만, 시행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회사 자체의 판단에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등본을 요구하든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든 상관은 없다는 이야기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일단 보험사의 경우 고객확인의무는 금융거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회사 자율에 따라 수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에서는 다만 이를 주기적으로 확인을 요구하고 그 시점에 제출이 가능한지와 제출된 자료의 정확성 여부만을 검증하게 된다.

금융정보분석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 현재의 제도는 일단 자금세탁의 방지를 위해 시행되는 제도이긴 하지만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는 제도”라며 “회사의 자율적인 기준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만큼 회사마다 정보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를 자율로 규정한 이유는 국내의 고객확인 제도와 국제적인 제도가 서로 상이하기 때문”이라며 “당장 국제적 기준에 맞추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 이 정도로 끝내고 있는 것이지만, 외국에서는 더욱 강력한 고객확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 도입 초기이니만큼 수위조절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서류주의 아니냐…현장에서도 불편 호소
실질적 관리 중요…오남용 가능성 주의해야

고객 확인 제도는 일견 필요성이 있는 제도다. 특히 보험설계사 등이 연금이나 종신보험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해 ‘절세 방안’으로 선전해 온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보험업은 자칫 검은 돈의 유통 경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제3금융권의 채권 채무 관계상 금전 확보 차원에서 사망보험이나 장기손해보험 등을 가입하는 사례를 주의하라는 보고도 있어, 범죄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더더욱 수긍이 가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험사들의 서류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당장 영업을 담당하는 지점 등에서도 지나친 서류요구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해 주기가 다소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모 보험사의 설계사는 “이러한 요구는 결국 설계사가 영업을 하는 데 다소 방해가 될 소지도 농후하다”며 “가입자의 청약 서류나 확인서 서면이 사실 수집하는 정보에 있어서 그렇게 큰 차이를 지닌 것도 아닌데 이를 대면 채널의 최말단에 요구하는 것은 영업에 장애물을 놓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고객확인을 위해 수집되는 정보는 대부분 금융거래를 비롯한 상거래에 이용되는 정보들이어서 관리가 소홀하게 되면 2차적인 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16세~20세 사이의 청소년들은 늦어도 5년 후에는 성인이 되는데, 이 경우에는 수집된 정보가 곧장 유용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설계사들이 서류 요구를 ‘장애’로 받아들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서류의 복잡성 때문만은 아니다. 수집되는 정보의 양이 방대한 데다, 수집하는 사람이 개인사업자로도 분류될 수 있는 설계사나 모집인이라는 점 때문에 꺼림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이와 같은 우려가 현실적으로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양한 관리 방안을 회사 자체적으로도 마련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위법사항은 자금세탁방지법이 아닌 개인신용정보보호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로 처벌될 수 있는 사항이어서 고발 등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강희 기자 insa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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